2009년 7월 1일 수요일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자칭 탐험가 A씨는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제는 흔해진 GPS도 없이 인근 고산을 탐험해보겠답시고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탐험은 충분히 했다. 하지만 그 탐험 놀이에 정신을 잃고 보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황이 A씨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해가 어둑어둑 질 무렵이라, A씨에겐 다행스럽게도 개략적인 방위는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일단 한 방향으로만 가다보면, 원하는 방향에서 정 반대편으로라도 갈 수 있겠건만…… A씨는 기필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내려가겠노라고 여기저기 방향을 틀며 걸어갔다.

얘 안되겠다.

한참 나무 사이를 헤메다보니 해도 졌다. 그리고 A씨는 탐험이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기에 손전등 따위는 챙기지 않았다. 하늘엔 그늘이 지고, A씨 정신에도 그늘이 졌다. 몸 상태도 별로인 모양이다. A씨는 등산을 하기 전 B씨가 자신을 말리며 했던 잔소리가 생각났다. '병신아 무슨 얼어죽을 탐험이냐… 너 길치에 방향치인 거 다 아니까 닥치고 나랑 피시방이나 가자.' 귀에 쓴 충고가 신상에 좋댔던가. A씨는 진작 친구 말을 듣고 등산을 그만둘 걸, 하고 후회하였다. 다행스럽게도 피시방을 갔으면 좋았을 터라고 후회하진 않은 모양이다. 여하튼.

왠지는 모르겠는데 A씨는 복통을 느꼈다. 바늘로 쿡쿡 쑤시는 고통을 겪으며, A씨는 배를 움켜잡고 주저앉아버렸다. 이것은 병임이 틀림없으리라. A씨는 끙끙대며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전파? 핸드폰이 고물이라 그런 거 안 터진다. 감사. 여하튼 A씨에게 퍼뜩 생각난 것이,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 비슷한 격언이었다. 마침 친구의 충고가 귀에 썼으며 몸에도 좋았을 터이니, A씨는 쓴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복통을 참지 못하고 기어다녔다는 것은 그의 명예를 위해 비밀로 하자.
A씨는 얼마 안 돌아다니고 매우 쓴 향이 나는 식물을 찾았다. 오오 이거슨 입에 쓴 것일테니 몸에 좋겠구나! 하고 A씨는 그 식물을 덥석 뜯어먹었다. 말도 못하게 썼는지, 안그래도 구겨져서 더 구겨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A씨의 면상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그래도 그는 근성있게 식물을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과연 격언이 효과가 있었는지, 삼킨 후에 그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고통이 가시는 모양이다. A씨는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세웠고, 일어서자마자 휘청 하더니 바로 뒤로 쓰러졌다. 머리 뒤에 큰 돌덩이가 있었다면 즉사했을텐데, 다행히도 그런 것은 없고 그냥 흙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근데 안 일어난다. A씨가 먹은 것은 독초였던 거시다 ㄳ.


이 글은 픽션이고 어떠한 사실이나 인물과는 관련이 없다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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